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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인간보다 빠르게 정보를 찾고 결과물을 만드는 시대에는 지식이나 생산성보다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한 능력이 된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AI를 이용해 사고 과정을 생략하는 사람과 AI를 반론자·교사·훈련 도구로 활용하는 사람 사이에 새로운 격차가 생길 수 있다고 지
생성형 AI는 우리가 일하고, 배우고, 글을 쓰고, 정보를 찾는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이제는 간단한 질문뿐 아니라 보고서 작성, 수업 계획 수립, 프로그램 개발, 데이터 분석, 의사결정에 이르기까지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오랜 시간과 전문성이 필요했던 작업도 AI를 활용하면 훨씬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AI가 인간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더 빠르게 글을 쓰고, 더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에 인간에게 남는 능력은 무엇일까?
데이비드 브룩스는 The Atlantic에 실린 글 「The People Who Will Thrive in the AI Age」(https://www.theatlantic.com/ideas/2026/06/ai-open-ai-anthropic/687689/) 에서 이 질문에 하나의 답을 제시한다.
그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지능이나 지식의 양이 아니다. 오히려 AI 시대에는 스스로 생각하려는 의지, 어려운 문제를 붙잡고 씨름하려는 태도, 자신의 판단을 형성하려는 힘이 더 중요해진다고 주장한다.
AI가 지능을 풍부하고 저렴한 자원으로 만들수록, 인간에게 희소해지는 것은 지능이 아니라 의지와 주체성이라는 것이다.
AI가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은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복적인 업무는 자동화되고, 인간은 더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노동시간도 줄어들고 삶의 여유도 커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반드시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AI를 통해 하나의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되면, 사람은 절약한 시간만큼 쉬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일을 맡게 된다. AI에게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지시하고, 결과를 검토하며, 다음 작업을 추가한다.
AI는 업무를 없애기보다 업무의 속도와 밀도를 높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하루에 한 개의 보고서를 작성했다면, 이제는 AI를 이용해 여러 개의 보고서를 동시에 만들고 검토할 수 있다. 이메일 작성 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더 많은 이메일을 보내고 받는다. 자료 검색이 빨라지면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게 된다.
결국 AI가 시간을 절약해 주더라도, 그 시간이 인간의 휴식이나 성찰로 이어진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AI가 가져오는 변화는 단순히 노동의 감소가 아니라 노동의 압축과 확장일 수 있다.
브룩스는 AI 시대의 사람들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이 분류는 엄밀한 과학적 유형이라기보다, 우리가 자신의 AI 사용 습관을 돌아보도록 돕는 사고의 틀에 가깝다.
첫 번째 유형은 AI를 이용해 적은 노력으로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이들은 AI가 제안한 내용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문서와 이메일, 보고서와 아이디어를 효율적으로 생산한다. 단기적으로 보면 매우 높은 생산성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위험도 있다.
AI가 글의 구조를 잡고, 근거를 선택하고, 결론까지 대신 만들어 준다면 사용자는 결과물을 얻을 수는 있지만, 그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기르지 못할 수 있다.
AI가 운전하는 자동차의 승객처럼 목적지에는 도착하지만, 직접 길을 찾고 운전하는 능력은 약해질 수 있다.
두 번째 유형은 AI 의존의 위험을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AI를 계속 사용하게 되는 사람이다.
이들은 직접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그러나 업무가 많고 시간이 부족하며, 주변 사람들도 모두 AI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혼자만 느린 방식을 고집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초안을 보완하는 정도로 AI를 사용하지만, 점차 아이디어 생성과 판단, 결론까지 AI에게 맡기게 된다.
문제는 개인의 의지가 약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속도와 성과를 우선하는 조직 환경에서는 깊이 생각하는 사람보다 빠르게 결과물을 제출하는 사람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AI를 신중하게 사용하는 태도보다, AI를 이용해 최대한 많은 결과물을 생산하는 태도가 보상받는다.
세 번째 유형은 AI를 사용하면서도 자신의 사고 능력을 계속 훈련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AI에게 정답부터 요구하지 않는다. 먼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AI에게 반론이나 다른 관점을 요청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방식이다.
이들에게 AI는 답을 전달하는 신탁이 아니라, 자신의 사고를 단련하는 토론 상대이자 개인 교사에 가깝다.
브룩스의 글에서 가장 중요한 대립은 육성의 사고방식과 최적화의 사고방식이다.
최적화의 관점에서는 마찰과 어려움을 제거해야 한다. 더 짧은 시간에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반면 육성의 관점에서는 일정한 어려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행착오와 반복, 실패와 수정의 과정을 통과하면서 사람이 성장하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예로 들어 보자.
글쓰기의 결과만 중요하다면 AI가 완성도 높은 글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러나 글쓰기를 생각을 형성하는 과정으로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엇을 주장할 것인지 고민하고, 적절한 근거를 고르고, 문장을 고치고, 반론을 예상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깊어진다. 글쓰기의 목적은 단순히 글을 생산하는 데 있지 않다.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는 사람인지 발견하는 것도 글쓰기의 중요한 목적이다.
따라서 모든 마찰을 제거하는 기술이 반드시 인간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학습과 성장에 필요한 어려움까지 제거한다면, 인간은 좋은 결과물을 더 쉽게 얻는 대신 그 결과물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잃을 수 있다.
AI를 둘러싼 논쟁은 종종 “AI를 사용할 것인가, 사용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단순화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우리는 사고 과정의 어느 부분을 AI에게 맡기고 있는가?
계산기, 지도, 검색엔진도 인간의 인지 활동을 외부에 맡기는 도구다. 이러한 인지적 외주화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계산을 계산기에 맡김으로써 인간은 문제의 의미나 해결 전략에 더 집중할 수 있다. 길을 외우는 부담을 지도에 맡김으로써 낯선 장소를 더 쉽게 탐색할 수 있다.
문제는 외주화의 대상이다.
반복 계산이나 자료 정리를 AI에게 맡기는 것과 문제의 정의, 가치 판단, 근거 선택, 결론까지 맡기는 것은 다르다.
다음과 같은 작업은 적극적으로 자동화할 수 있다.
반면 다음과 같은 과정은 인간이 직접 참여할 필요가 있다.
AI 시대의 핵심 능력은 AI를 사용하지 않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을 AI에게 맡기고 무엇을 자신이 맡아야 하는지 구분하는 능력이다.
AI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위험은 단순히 지식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더 큰 위험은 자신의 판단 기준을 세우기 전에 AI의 판단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를 인지적 항복이라고 부를 수 있다.
AI가 제시한 답이 자연스럽고 논리적으로 보일수록 사용자는 그 답을 의심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해당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할수록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때 사용자는 AI의 답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AI의 답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역할만 수행하게 된다.
겉으로는 능동적으로 AI와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AI가 설정한 문제와 방향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AI가 틀린 답을 내놓는 경우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AI가 그럴듯한 답을 빠르게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자신의 질문을 충분히 형성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위험하다.
생각하기 전에 답을 얻는 습관이 반복되면, 사용자는 점차 다음과 같은 경험을 잃을 수 있다.
AI 시대의 격차는 AI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과 사용할 수 없는 사람 사이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같은 AI를 사용하더라도 사용 방식에 따라 격차가 생길 수 있다.
어떤 사람은 AI를 이용해 더 깊은 질문을 만든다. 자신의 주장에 대한 반론을 찾고, 서로 다른 관점을 비교하며, 새로운 분야를 탐구한다.
다른 사람은 AI를 이용해 사고 과정을 생략한다. 과제의 답, 보고서의 결론, 수업 아이디어, 판단의 근거를 바로 얻는다.
시간이 흐르면 두 집단 사이에는 단순한 지식량 이상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결국 AI는 지식 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사고 습관의 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브룩스의 문제 제기는 중요하지만, 글의 모든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저자는 인간의 성장에 어려움과 마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모든 어려움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행정 업무, 반복 입력, 복잡한 문서 형식, 비효율적인 정보 검색까지 인간의 성장에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마찰의 양이 아니라 성격이다.
인간의 판단과 사고를 성장시키는 생산적인 어려움은 유지해야 하지만, 의미 없이 시간만 빼앗는 비생산적인 어려움은 AI로 줄일 필요가 있다.
AI를 사용한 뒤 독립 수행 능력이나 동기가 낮아질 수 있다는 연구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연구가 아직 짧은 시간 동안 제한된 과제를 수행하게 한 실험에 머물러 있다.
짧은 글쓰기 실험이나 문제 풀이 실험의 결과를 근거로 인간의 사고력이 장기적으로 퇴화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AI의 영향은 사용자의 연령, 배경지식, 사용 목적, AI와의 상호작용 방식, 교육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AI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아니라, 어떤 사용 방식이 인간의 능력을 강화하고 어떤 방식이 약화시키는지 세밀하게 구분하는 연구다.
이 글은 특히 학교 교육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학생들이 AI를 사용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었다면, 그것을 곧바로 더 나은 학습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을까.
AI가 만든 글을 수정하고 발표한 학생이 실제로 해당 주제에 대해 깊이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AI 시대의 평가는 최종 결과물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학생이 어떤 질문을 만들었고, 어떤 판단을 내렸으며, AI의 제안을 어떻게 검토하고 수정했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
AI 시대의 수행평가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가 포함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교사는 학생이 AI를 얼마나 능숙하게 사용했는지가 아니라, AI를 사용하면서 얼마나 깊이 생각했는가를 평가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프롬프트 작성법만 가르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좋은 프롬프트를 만드는 능력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좋은 질문을 만드는 능력이다.
학생은 AI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이때 AI는 답안 생성기가 아니라 학생의 생각을 자극하는 대화형 사고 도구가 된다.
이 문제는 학생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교사 역시 AI를 이용해 수업안, 안내문, 평가 기준, 보고서, 공문 초안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업무 부담을 줄이는 데 AI가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AI가 제안한 수업안이 교육적으로 적절한지 판단하고, 학교와 학생의 상황에 맞게 수정하는 일은 여전히 교사의 몫이다.
AI가 만든 계획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는 일이 반복되면 교사는 결과물을 만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교육과정을 해석하고 수업을 설계하는 능력은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교사가 AI를 사용할 때도 다음 질문을 남겨 두어야 한다.
AI가 교사의 업무를 대신할 수는 있어도, 교사의 교육적 판단까지 대신해서는 안 된다.
AI를 금지하지 않으면서도 사고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사용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AI에게 질문하기 전에 다음 내용을 짧게라도 적는다.
완성된 생각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AI의 답을 보기 전에 자신의 출발점을 갖는 것이다.
AI에게 곧바로 완성된 답을 요구하기보다 사고를 확장하는 질문을 한다.
AI가 제시한 내용을 그대로 복사하지 않는다.
다음 내용을 다시 정리한다.
AI 사용의 마지막 단계는 결과물을 얻는 것이 아니라, AI의 도움을 받은 생각을 다시 자신의 생각으로 소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AI를 잘 사용한다는 것은 가장 복잡한 프롬프트를 작성하거나 가장 많은 결과물을 생산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다음 능력이 더 중요하다.
AI 시대에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AI와 경쟁해 더 많은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이 아니다.
AI가 답을 제시하는 상황에서도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능력, 빠른 결론 앞에서도 잠시 멈추는 능력, 자신의 판단을 다른 존재에게 완전히 넘기지 않는 능력이 필요하다.
브룩스의 글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AI를 이용해 무엇을 만들어 냈는가가 아니라, AI를 이용하는 동안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가?
AI는 인간의 능력을 확장할 수 있다. 동시에 인간이 직접 생각하고 판단할 기회를 줄일 수도 있다.
두 결과를 가르는 것은 AI 자체만이 아니다. AI를 둘러싼 교육 방식, 조직 문화, 평가 기준, 그리고 사용자의 습관이 중요하다.
AI가 모든 답을 빠르게 제공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답이 아닐 수 있다.
자신의 질문을 만들고, 불확실성을 견디며, 다른 관점을 검토하고, 최종 판단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려는 의지다.
AI 시대에 살아남는 사람은 AI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AI를 사용하면서도 자신의 사고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